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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게릭병이란?

루게릭병의 소개 및 증상

근위축성측삭경화증(amyotrophic lateral sclerosis, ALS)은 루게릭병이라고도 알려져 있으며, 이 병은 1930년대 미국의 유명한 야구선수 루 게릭이 38세의 젊은 나이에 이 질환으로 사망하자 그를 기리기 위해 ‘루게릭병’으로 명명되었습니다.

루게릭은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 사상 2130경기 연속출장을 한 진기록을 갖고 있으며 1930년대에 베이브 루스와 함께 가장 유명한 야구선수로 알려져 있습니다. 루게릭의 유니폼 번호 4번은 그를 기리기 위해 영구결번으로 되어 있으며, 그는 야구선수생활 시절에 “철마”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건강하고 힘이 넘치는 선수였음에도 불구하고, 이 병에 걸린 후 힘이 점점 약해지고 병이 진행되어 결국 선수생활을 마감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오래 전에 루게릭의 일대기를 그린 “프라이드 오브 양키스”라는 영화가 방영되기도 했으며, 그가 은퇴식 연설에서 한 “나를 사랑해주는 가족과 사람들이 있기에 나는 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라는 말은 아직까지도 그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잊지 못하는 명언이기도 합니다.

그림 1 - 루게릭병의 증상루게릭병은 뇌와 척수에 있는 운동신경세포가 파괴되는 병이지만 왜 운동 신경세포가 손상되고 파괴되는지는 아직도 잘 알려져 있지 않으며 알츠하이머 병, 파킨슨 병과 함께 신경계의 퇴행성질환 중 대표적 질환입니다.

루게릭병의 임상증상은 뇌와 척수에 존재하는 운동신경세포들이 손상되고 팔다리의 근력이 약해지면서 근육이 본인의 의지와 관계없이 저절로 움직이기도 하며 근육이 마르는 현상을 보이게 됩니다. 숨골이 위치하는 뇌간부위의 운동신경세포가 영향을 받게 되면 말이 어둔해지고 음식을 삼키기 어려우며 혀가 위축되는 현상과 숨을 쉬기가 어려운 증상까지 나타날 수 있습니다. 이런 증상은 발병 수개월부터 수년 사이에 걸쳐 나타나게 되며, 결국 손발을 움직일 수 없으며 음식을 삼킬 수 없어 위루술을 통하여 타인의 도움을 받아 식사를 해야 하는 상태와 호흡기에 의존해서 호흡을 하게 되는 상태까지도 진행하게 되는 병입니다. 즉, 루게릭병은 [그림 1]과 같이 근위축과 마비(사지형), 구음 장애와 연하장애(연수형), 강직증세를 주 증상으로 하는 병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또한 루게릭병 환자의 약 50% 정도에서 인지장애가 나타나고 그중에서 드물게는 전두측두엽 치매가 발생하면서 성격변화, 언어장애, 기억장애 등을 나타내기도 합니다.

루게릭병의 빈도

루게릭병의 국내 발병률과 유병률은 아직 명확히 밝혀져 있지 않으나, 2006년 한국루게릭협회와 본 연구팀의 예비 연구조사에 의하면 약 1,500-2,000명 정도가 이 병으로 고생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발병률과 유병률도 외국과 큰 차이는 없으리라 생각되며 외국의 자료에 따르면 매년 인구 10만 명 중에서 1-2명이 새롭게 발병하고, 10만 명 중에 4-6명이 루게릭병을 가진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본 연구팀이 수행한 예비연구를 통해 남자가 여자보다 1.5배가 높게 나타났으며 평균 발병 연령은 53.2세였고, 초기증상으로 팔다리의 근력이 약해지는 사지형이 72.6%로 연수형보다 2배 높게 나타난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루게릭병의 예후

루게릭병의 예후는 개인마다 달라서 정확히 예측하기는 힘듭니다. 루게릭병이 발병하여 근력이 약화된다는 증상을 느낄 시점이면 운동신경세포가 70%이상 소실되었을 때라고 알려져 있기 때문에 증상이 나타났다면 그 때에 벌써 많은 운동신경세포가 손상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많은 보고에서 평균 생존 기간은 증상 발생 후 3-5년이라고 알려져 있으나 최근 호흡기 관리와 전신 영양 관리를 포함한 일반 치료법의 향상으로 인해 10년 이상 투병하는 환자들도 있습니다. 첫 증상이 뇌간기능의 마비(구음장애, 연하장애)로 시작되는 경우는 병이 더 빠르게 진행하는 경향이 있어 초기에 관리를 더 철저히 해야 합니다.

또한 발병 후 얼마 되지 않아 호흡곤란이 나타나는 경우와 음식을 삼키는 데 어려움이 있는 경우는 폐렴에 대한 위험이 있고 전신의 영양상태가 좋지 않게 되므로 예후가 더 나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모든 환자의 임상경과와 예후가 일정하지 않아 서서히 진행하는 환자도 있으며 경우에 따라서 어느 시점부터는 경과가 더 이상 진행하지 않고 유지되는 분도 있으므로, 다른 환자의 임상경과를 통해 나도 저렇게 나빠지는 것은 아닌가 하면서 자포자기하는 것은 잘못된 생각입니다.

루게릭병이 다른 질환보다도 진행속도가 매우 빠르고 예후가 좋지 않으며 뚜렷한 원인과 치료법이 아직 확립되지 않은 질환임은 분명하지만, 의학의 발전과 함께 신규 약물, 줄기세포 치료 및 유전자 치료법, 신경보호요법 등이 개발되고 있으므로 절망에 빠져 있기보다는 나에게 맞을 수 있는 치료법이 무엇일까를 적극적으로 찾으시길 권유하며, 또한 멀지 않은 미래에 우리에게도 희망적인 결과를 줄 수 있는 치료법이 나오기를 기대합니다.

루게릭병과 유전자와의 관계

루게릭병이 유전성이 있는가에 대한 연구는 오래전부터 많은 연구자들의 관심이 되었는데, 우리나라 환자들과 미국이나 유럽의 서구사람들과는 매우 다르다는 사실을 최근 Neurobiology of Aging(2013, 2014)이라는 국제논문에 수차례 발표한 바 있습니다. 즉 서구에서는 전두엽성 치매를 동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 C9Orf72라는 유전자가 가장 많은 빈도를 갖고 있느나 우리나라는 이런 환자들은 약 260명의 환자를 통해 분석했을 때 전혀 발견되지 않았으며 SOD1, FUS 유전자는 서구보다 많은 비율로 발견되었습니다. 그 빈도는 모든 환자중 3-5%미만에서 발견되었으므로 대부분의 루게릭병은 가족에게 나타나는 유전형이라기보다는 가족에서 같은 질환이 확인되지 않는 산발형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다양한 유전자가 상호작용을 통해 혹은 여러 가지 환경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할 수 있으므로 유전자에 대한 검사는 향후의 맞춤형 유전자 치료법이 개발된다는 것을 가정할 때 이에 대한 검사는 필요하다고 생각됩니다. 또한 유전자적인 차이가 치료제에 대한 반응이나 인지기능의 차이와도 연관이 있다고 알려져 있으므로 이에 대한 평가는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내용에 대한 관심이 있으신 분들은 책 뒤에 있는 한양대학병원 연구진들이 발표한 다양한 논문목록을 참조하시어 원본을 찾아 보시기 바랍니다.

2018.07.10

태그

#루게릭병 , #ALS , #근육마비 , #구음장애 , #강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