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양대학교병원

안녕하세요 선생님

한양대학교의료원 의료진의 ‘喜怒哀樂’.
의사로 살아가는 진솔한 이야기를 들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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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 앞에 포기하지 않는 의사, 장효준 흉부외과 교수

삶과 죽음을 가장 가까이에서 보는 사람. 때론 억센 손길로, 때론 하염없는 기다림으로 꺼져가는 생명을 지켜내는 그는 흉부외과 의사다. 하나의 생명이 자신의 손을 떠나 신의 영역으로 넘어갈 때까지 그는 결코 포기하지 않는다.



흉부외과의 미래

“사람을 살리는 일을 하고 싶어서 흉부외과를 선택했죠.” 전공의 시절, 결의에 찬 눈빛으로 흉부외과를 선택할 때만 해도 이렇게까지 힘들 줄은 몰랐다. 응급 환자는 예고 없이 들어왔으며 그를 찾는 전화벨은 밤낮없이 울려댔다. 혼곤한 정신 속에서도 환자에 대한 얘기라면 정신이 번쩍 뜨였다. 환자의 쾌유는 고된 의사 생활을 이어가는 유일한 이유였다.

“모르는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할 수 있어요. ‘의사들은 돈을 많이 버니까, 힘든 일을 이겨낸다’고요. 하지만 의사 생활은 경제적인 보상으로는 지속할 수 없을 만큼 힘들답니다. 정말로 생사가 내 손에 달려 있으니까. 견뎌야 하는 거에요.”

그가 몸담고 있는 흉부외과는 심장과 폐처럼 생명과 직결된 장기를 다뤄 ‘외과의 꽃’이라고 불린다. 동시에 술기가 매우 어렵고 응급환자가 많은 진료과이기도 하다. 막대한 중압감을 이겨내고 환자의 생명을 지켜내야 하는 만큼, 강인한 정신력과 사명감이 필수적이다. 의대생이 섣불리 지원하기 쉽지 않은 과 특성으로 인해 전공의가 부족한 경우가 많아, 장 교수가 대부분의 일을 직접 도맡아 하는 경우가 많다고. 하지만 자신의 불편보다 중요한 것은 ‘앞으로 우리나라의 의료체계’라고 말한다. 머지 않은 미래, 수술을 위해 해외로 나가게 되는 상황만큼은 없어야 한다며 지금의 상황이 하루 빨리 개선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조기 발견이 최고의 치료, 폐암

그는 흉부외과 중에서도 폐 질환을 주로 본다. 우리 사회를 위협하는 미세먼지와 바이러스 모두 폐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친다. 환경적 요인에 더해 국가 암검진에 폐암이 포함되면서 조기 폐암 환자가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이에 따라 수술 후유증을 줄일 수 있는 최소 절제술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고.

 

“폐는 우상엽, 우중엽, 우하엽, 좌상엽, 좌하엽의 다섯 부분 으로 나누어집니다. 폐암이 발견되면 폐엽 절제술을 시행하는데요, 종양의 크기가 작은 초기에는 폐엽을 구성하는 일부분을 절제하는 구역절제술을 시행할 수 있습니다. 더불어 가슴을 열어 수술을 했던 과거와 달리, 흉강경을 통해 최소침습술로 진행하면서 환자의 고통을 줄였습니다. 최근 비흡연 여성의 폐암이 급격히 늘어나고 있습니다. 미세먼지 등의 환경적 요인이 크게 작용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미세먼지가 심한 날에는 야외 활동을 자제하시고 나갈 일이 있으시다면, 반드시 마스크를 착용해야 합니다. 또한 흡연을 하지 않는다고 안심하지 마시고 언제나 폐암의 위험성을 염두에 두고 주기적으로 검사를 받으시길 권합니다.”

소중한 일상으로의 복귀

“고등학생 시절, 입학원서를 앞에 놓고 나서도 의사가 될 생각은 없었어요. 수학이 재미있어서 아이들 가르치는 일을 하고 싶었죠. 지금의 ‘1타 강사’ 같은 거요. 정말 잘했을 것 같아요. 지금도 가끔 심심하면 수학문제를 풀어요. 안 풀리는 문제를 이렇게도 해보고, 저렇게도 해봤다가 결국 정답을 얻게 되는 순간의 희열은 아직도 뜨겁게 느껴진답니다.”

지금은 한양대학교 의과대학의 의대생들을 가르치는 일에 만족하고 있다. 비록 수학 강의는 못하지만, 학생들의 반짝이는 눈빛을 마주할 때면 기운이 난단다. 코로나19 로 인해 줌 수업으로 강의를 이어왔지만, 최근 대면 수업을 재개한다는 소식에 짬짬이 수업 준비를 하고 있다.

“줌으로 수업을 하면 학생들의 반응을 볼 수 없어서 답답했지요. 근 2년간, 자연스럽게 느껴졌던 일상이 얼마나 소중했던 것인지 뼈저리게 느꼈답니다. 우리가 바라던 종식은 아니지만, 어쨌든 끝이 보이는 듯해 기쁩니다. 올 봄은 학생들과 함께 제대로 느낄 수 있을 것 같아 기대가 돼요.”

환자 앞에서 ‘포기’란 없다

학생들을 만날 생각으로 기대에 부풀어 있는 그에게도 잊지 못할 가르침을 준 선생님이 있었다.

“전공의 2년차 때였나, 술을 너무 많이 마셔서 식도가 터진 환자가 응급으로 들어왔어요. 식도에 있던 음식물이 흉강을 오염시키면서 염증 반응까지 일어나 굉장히 안 좋은 상황이었죠. 흉강을 씻어내고 식도를 꿰맸는데, 이미 약해질 대로 약해진 식도가 회복하지 못하고 다시 터졌어요. 씻고, 꿰매고, 봉합하는 과정을 반복했죠. 그런 상황을 몇 번 반복하고 나니 ‘과연 지금 하는 일이 옳은걸까. 어차피 안 되는 일을 억지로 하면서 환자를 더 힘들게 하는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하지만 당시 제 교수님은 포기하지 않고 계속 식도를 꿰매셨어요. 3개월 간의 사투 끝에 환자분은 회복이 되었고 건강한 모습으로 퇴원하셨습니다. 그 모습을 보고 의사는 함부로 포기하면 안 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어요. 내가 노력하는 만큼 생명을 살릴 수 있다는 사실은 의사로서의 역할에 집중할 수 밖에 없게 만드는 것 같아요.”

흉부외과 의사로서 일이 고된 것은 부정할 수 없지만, ‘한 사람으로서 의사가 된 것은 잘한 일’이라며 앞으로 더 많은 전공의들이 흉부외과에 지원해 생명을 구하는 뜻 깊은 일에 동참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오랜 격무로 조금은 지쳐 보이는 그와 흉부외과에 진심 어린 응원을 건네며 인터뷰를 마쳤다.

2022.0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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