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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의학 프론티어] 고혈압 만성질환자를 들여다보며 예방의 중요성을 인식시켜 나가다

미래의학 프론티어

새로운 길을 향한 멈추지 않는 도전 ⑧

심장내과 신진호 교수

병원을 방문하는 환자는 저마다의 사연을 안고 있다. 몸이 아프면 병원에 가는 것이 당연지사. 그 흔한 감기에 걸려도 약을 먹고 휴식을 취하게 된다. 그런데 이렇게 몸 밖으로 드러나는 질병만 그때그때 치료하면 되는 것일까? 신진호 교수의 고혈압 연구는 이러한 부분에 초점을 맞춘다. 치료만큼이나 중요한 예방, 이 예방을 제대로 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한 연구다.

Q. 안녕하세요. 교수님께서는 심장내과에서 고혈압에 대한 연구를 하고 계신데요, 고혈압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심장내과에서는 심장질환을 비롯해 동맥에서 말초 혈관에 이르기까지 전신의 혈관질환을 다루고 있습니다. 증상이 없는 고혈압, 이상지혈증, 대사증후군 등의 만성질환과 다양한 증상을 유발하는 관상동맥질환, 부정맥, 동맥경화, 심부전, 판막질환, 선천성심질환 등 다양합니다.

저는 협심증, 심부전, 일반부정맥, 일반심장학 등을 진료하고 있으며 전문분야는 심장영상, 심장초음파입니다. 내과를 지원할 때부터 임상시험에 관심이 많았고 연구하는 분들이 대단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예를 들어 전문가들이 ‘OO암에 걸렸을 때 OO약을 써야 된다’라고 하면 ‘이러한 결과는 어떤 연구를 통해 나오는 것일까?’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고 궁금했어요. 임상시험을 많이 하는 내과 중에서도 심장내과를 선택한 것은 계속해서 새롭게 연구할 부분이 많고 그래서 연구활동을 활발하게 할 수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고혈압이라는 질병은 특정 장기의 질환이 아니라 말초혈관질환으로 분류되어 있습니다. 고혈압은 우리 몸에 있는 직경 0.1~0.3mm정도의 실핏줄에서 시작되는 병입니다. 혈압이 높아지면 혈액순환을 유지해야 되는 심장이 압력을 받게 되고, 결국에는 심장에 기능적인 문제가 생기며 심장 구조에 변형이 오고 불안정해지는 것입니다. 심장은 사이즈가 크고 두꺼워서 터지거나 막힐 가능성이 낮지만 혈관은 다릅니다.

아무리 굵은 혈관도 1~2mm 정도로 얇은 편입니다. 그래서 혈압이 올라가고 심장이 불안정해지면 손상되는 것은 혈관이 되는 것입니다. 심장과 혈관은 상호작용하기 때문에 고혈압 연구와 아주 밀접합니다.

Q. 교수님과 이야기를 경청하고 있으니 심장과 고혈압의 관계가 쉽게 이해 됩니다. 설명을 듣다 보니 교수님이 특별히 관심을 가지고 있는 고혈압 연구가 더 궁금해집니다.

우리나라에 고혈압 환자가 많습니다. 대한고혈압학회가 발표한 『고혈압 팩트시트 2022』 자료를 보면 20대 이상 성인의 약 30%인 1260만 명이 고혈압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고혈압 환자 중 69.5%만 본인이 고혈압이라는 것을 인지하고, 고혈압 진단을 받고 치료까지 받는 환자는 64.8%밖에 되지 않습니다. 이것이 무엇을 의미할까요?

몸에 상처가 나 당장 치료를 받아야 되거나 수술을 받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에서는 이에 따른 심각성을 느끼고 병원을 찾게 됩니다. 그러나 고혈압은 증상도 없고 ‘혈압 높은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라는 생각이 먼저 든다는 것이죠. 혈압 자체를 낮추었을 때 고위험군으로 갈 수 있는 예방 효과의 신뢰성은 매우 높습니다. 혈압을 낮추면 이에 따른 이득은 명확합니다. 그렇기에 저는 ‘예방’ 차원에서의 연구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이 연구에 몰두하는 이유도 그 때문이고요. 급성질환모델에 대한 연구는 지금도 꾸준하게 진행되고 있습 니다. 그러나 위험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환자, 치료 동기가 매우 빈약한 환자 등 만성질환모델에 대한 연구는 많이 부족한 상태입니다.

Q. ‘환자 입장’에서 생각하는 연구가 매우 흥미롭습니다. 더 자세하게 알고 싶습니다.

암을 진단받았을 때 치료를 받지 않겠다는 환자는 극히 드물 것입니다. 그러나 고혈압은 치료를 안 하는 사람이 대부분입니다. 당장 눈앞에 보이지 않고 눈에 보이는 질환의 발생 시점까지 얼마나 걸릴지 모르니 일단 내버려둡니다.

미리 예방을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될 때 이 질환에 대해 좀 더 관심을 갖는다면 더 좋을 텐데 말입니다. 그러나 구체적으로 ‘어떻게’ 치료에 관심을 가지게 할 수 있는지에 대한 연구는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지 않습니다.

인공지능(AI) 사회가 되면 사람이 더 중심이 되어야 합니다. 병원에서는 환자를 중심에 둔 치료가 이루어져야 되겠죠. 혈압이 많이 높지는 않은데 약물 치료를 해야 되는 환자가 이 치료를 할 수 있게끔 해야 될 것이고 환자가 약물 치료를 하는 과정을 유지하면서 겪게 되는 과정에 대해서도 집중해야 됩니다. 약만 먹는다고 해서 혈압이 완벽하게 조절되지는 않으니 식습관이나 생활 행태에 대해서도 연구해야 되겠죠.

기존의 급성질환모델을 기준으로 환자를 만나고 연구를 해온 의사가 치료 동기가 아주 낮은 환자를 어떻게 대할 것인지에 대해 생각해보아야 한다는 것이죠. 접근방식을 바꿔야 된다는 것입니다. 외국에서는 이런 과정을 의료혁신의 하나로 표현합니다.

고혈압 예방을 하러 온 환자와 상처가 나서 치료 를 받아야 하는 환자를 차별성 없이 동일한 방법으로 진료하게 된다면 더 이상 고혈압 관리 지표는 개선되지 않을 것입니다.

Q, 교수님의 연구에 대해 듣고 있으니 정말 원론적인 이론부터 시작되는 것 같습니다. 결국은 환자의 마음을 읽는 것, 대화를 통해 생각을 이끌어내는 것이네요.

대화 전문 인공지능 챗봇인 챗GPT와 이야기를 하다 보면 전문적인 지식에 놀라고 친절함에 한 번 더 놀랍니다. 대화라는 것은 정말 중요한 것이에요. 최근 챗봇을 이용한 연구자의 말에 따르면 실제 의사와 챗봇 의사 중 일부 환자는 챗봇 의사를 더 선호했다고 합니다. 이와 비슷한 맥락으로 고혈압 환자에게 ‘진료실에서 만난 의사의 공감 능력’을 체크하는 설문을 해본적이 있습니다.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이런 연구를 해보려고 합니다.

Q. 교수님은 저항성 고혈압에 대한 연구도 하고 계신다고 알고 있는데요, 저항성 고혈압 연구에 대해서도 알려주세요.

고혈압 환자 중에 약을 써도 혈압이 안 떨어지는 분들이 있습니다. 이를 저항성 고혈압이라고 합니다. 혈압 조절이 안되는 환자입니다. 이런 환자에게는 어떻게 접근을 해야 될까요? 저항성 고혈압 환자 중 많게는 약 절반 정도가 약을 잘 안 먹습니다. ‘어떤 이유로 환자가 약을 복용하지 않았을까’, ‘복용하지 못하는 환경이었을까’라는 동기의 관점에서 ‘환자가 약을 먹지 않는 이유’에 대한 심층적인 연구는 별로 없습니다. ‘왜?’라고 생각해볼 수 있는 접근 방식 자체가 없어요. 한편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환자의 행동을 감시하는 시스템을 자꾸 개발하게 되는데 원론적인 문제는 그게 아니라는 거죠.

예를 들어 처음으로 되돌아가서 다시 이야기해보면 약을 스스로 먹기 위해서는 환자 자신이 의사결정을 해야 합니다. 환자가 의사결정에서 소외된 채 병원에 갔더니 혈압이 안 좋다고 해서 약 처방을 받으면 ‘안 먹어도 된다’라는 생각이 들고 치료를 하다가 중단해도 당장은 괜찮으니까, 약을 안 먹어도 되니까, 이러한 상황까지 오게 되는 것입니다.

Q. 저항성 고혈압 환자의 치료 방법도 고민하신다 들었습니다.

최근 조정기 한양대학교병원 비뇨의학과 교수와 함께 복강경 신장신경차단술을 진행했습니다. 심장내과로 내원한 환자였는데 최근 국내에서 개발된 의료기기를 사용해 수술할 수 있는 케이스였죠. 복강경을 이용한 콩팥신경차단술이 호주에서 최초로 진행될 때는 고주파가 아니라 기계적인 차단이었는데 이번에는 신장동맥의 겉부분을 타고 들어가는 교감신경을 복강경 고주파로 차단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습니다.

기존에는 혈관 내벽에서 혈관벽을 지나 고주파 에너지를 전달해 교감신경을 차단했습니다. 그런데 이 방법은 효과가 없는 환자에게는 아예 없었는데 그 이유는 혈관 외벽에 밀착되어 있지 않은 신경에는 고주파가 도달할 수 없기 때문이었습니다. 이번 임상시험을 통해 첫 케이스가 완료가 되었는데 보편화된다면 저항성 고혈압 환자 치료에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저항성 고혈압 환자를 위한 신약도 개발되고 있습니다. 이 약이 출시된다면 저항성 고혈압 환자를 상당 수준 커버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치료적인 면에서 개선을 가져올 여지가 많은 부분이니 앞으로 꾸준히 노력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Q. 고혈압 환자를 위해 앞으로 어떤 연구를 이어갈 계획인가요? 포부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임상시험에 관심이 많다는 것, 계속해서 리서치를 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함을 느낍니다. 어느 경우에는 눈에 보이는 것보다 보이지 않는 것이 더 중요할 수도 있으니까. 데이터나 숫자를 보면 제 호기심이 반응하는 것을 느낄 수 있는데 이런 것을 보면 어쩔 수 없이 이 분야의 연구를 계속 해 나가야 할 것 같습니다.

혈압이라는 것은 계속 변합니다. 조건과 상황에 따라 자꾸 바뀌기에 일정할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혈압을 한 번 재면 수치 하나, 이것이 끝이 아니라 혈압의 모습을 프로파일링 하는 거죠. 전체 모습을 보여주는 겁니다. 그런 작업이 환자의 치료에 동기부여가 될 수 있습니다.

변화하는 모습을 보며 치료를 평가하고 자기 스스로 컨트롤하면서 관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죠. 또한 야간 혈압 연구도 중요한데 밤에 혈압이 안 좋으면 예후가 좋지 않아요. 혈압을 24시간 측정하는 기계는 있지만 불편해서 한 번은 해도 두 번은 안 하게 됩니다. 반복측정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고혈압 진단에는 쓰일 수 있지만 환자가 얼마나 좋아졌는지 확인할 때는 거의 시행이 어려운 것이죠.

그러나 기계적으로 압박을 가하지 않고 측정할 수 있는 기구가 나온다면 야간 혈압을 반복적으로 측정하고 치료 효과를 평가하는 연구가 많이 활성화되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연구가 가능해지면 앞으로 중장기적으로 3~5년 정도 치료하면 전체 고혈압 치료 전략에 어느 정도의 변화를 보여주게 될지, 이런 부분이 정말 중요합니다.

이 시스템은 한 번 구축 해 놓으면 측정에 관련된 모든 영역에 적용할 수 있으니 정말 설레는 일입니다. 우리만의 연구 데이터로 전체적인 치료전략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겠지만 도전할 만한 과제이죠.

뚜렷한 목표는 언제나 성공률이 높다. 자신과의 약속을 ‘지킨다’라는 말보다 ‘이루어낸다’라는 말이 더 어울리는 신진호 교수. 환자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마음과 올바른 진찰과 치료를 위해 다시, 또 다시 기본부터 탄탄하게 다져야 된다고 말하는 모습에서 느껴지는 신뢰감은 자칫 기분 탓만은 아니리라.

 

2024.0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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